보옴여름가을겨울


호상근




엮은이 박가희, 호상근
글쓴이 김봇자, 남선우, 이기준, 임진아
장우석 디자인
미디어버스 발행
2019년 12월 13일 발행
ISBN 979-11-90434-01-0 (93600)
167x210mm / 576페이지
값 40,000원


책 소개

시선을 거두어도 흩어지지 않고 잔상으로 남는 장면이 있다. 대체로 이러한 장면은 아주 거창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은 흔한 일상, 그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누군가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손바닥 만한 규격에 담긴다. 장면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계를 만들고, 이 관계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는 다시 장면이 되어 돌아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지난 시간 호상근 작가가 이야기를 매개로 규격에 담아온 관계와 일상을 엮어낸 풍경집이다. 계절에 따라 펼쳐지는 책 속의 풍경은 김봇자, 남선우, 이기준, 임진아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와 장면을 만든다.


목차

들어서며
보SPRING옴
쾌속정의 물보라, 주홍빛 등대, 물보라 · 김봇자
여SUMMER름
쭉쭉 더 쭉쭉 · 남선우
가AUTUMN을
가을이 영원해 진 날 · 이기준
겨WINTER울
겨울밤은 낯설다 · 임진아
대화 · 박가희, 호상근

저자 소개

호상근
1984년 5월에 태어나 어머니가 칭찬한 그림 실력을 붙잡고 지금까지 뭔가를 계속 그리고 있다. 현재 용인과 서울을 오가며 꼬박 3시간 정도를 길 위에서 보내며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다.

김봇자
김봇자는 스튜디오 도구의 쫄보 에디터 김홍구가 자신감이 필요할 때 쓰는 이름이다. 다소 산만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남선우
큐레이터. 생각과 입장들이 언어라는 형태를 입을 때, 언제나 남겨지는 나머지 부분들에 관심이 있다. 그럼에도 미술에 대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한다.

이기준
그래픽 디자이너. 잡다하되 자질구레 하지 않은 관심거리를 모아 산문집 『저, 죄송한데요』를 지었다.

임진아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 있는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그리거나 쓴다. 그림과 글을 짓는 태도는 ‘친숙 하게, 하지만 전에 없는 듯 새롭게’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 『실은 스트레칭』이 있다. imyang.net

책 속에서

“어릴 때부터 말이나 글로 상대방에게 공감을 일으킬 만하게 표현을 잘 못해서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줬어요. 처음에는 친구나 부모님에게요. ‘내 말이 맞지 않느냐’ 내지는 ‘무슨 느낌인 줄 알지’ 등 제 말에 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처럼요. 그렇다고 아주 똑같이 그려내지는 않지만 부족한 부분은 말과 글로 메우는 거죠. (웃음) 그리고 늘 두리번거리면서 걷는 편이었어요. 내가 사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 동네가 처음인 것처럼요. 그래서 그런지 동네 무서운 형들에게 돈을 자주 빼앗긴 기억이 나네요. 아직 그 형들의 옷차림도 기억나요. 관찰하는 어린이, 맞았던 것 같아요. (웃음) 여하튼 줄곧 제 주변을 관찰하고 그걸 그림으로 전달하려 고 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제 작업의 큰 줄기가 되었네요.” (567페이지)

“너무 특이한 모양으로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그러니까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물건도 있어요. 예를 들면 주차금지 표지물이나 나무 모양을 낸 시멘트 테이블 같은 것 말이에요. 아, 그런데 왜 야외 테이블이나 벤치, 쓰레기통을 만들 때 굳이 시멘트란 소재를 쓰면서 기껏 나무 무늬로 디테일을 낼까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산책로나 정류장에서, 서울보다는 지방 쪽으로 갈수록 자주 보이는 것 같아요. 어찌 되었든 그것을 만드는 사람을 생각하면 너무 대단하고 멋지지만 수고스러운 작업이겠다, 뭐 그런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아무래도 기억나는 사물’이 됩니다. 사회에 녹아드는 조각, 너무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굉장히 숙련된 미장기술로 만든다고 하던데, 그걸 만든 분은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569페이지)

“작가에게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게 돼요. 이 대화에서 더 명확해진 것은 호상근 작가의 작업은 이야기 그 자체를 재현하려는 데에 방점이 있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계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의 감정이나 분위기로 드로잉에 남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이야기를 촉발하며 순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론 호상근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게 되면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이 담긴 장면을 상상하는 작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를 회고하는 혹은 그려진 장면 속의 인물, 두 사람의 모습을 같이 그려볼 것 같아요.” (57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