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학교



기획: 함양아
글: 함양아, 박소현, 신현진, 파스칼 길렌, 행크 슬래거, 게이코 세이, 황젠홍, 사샤 카라리취, 마리안느 플로트롱, 권병준, 노경애, 벌레벌레배급(blblbg), 모두의 부엌, 알리 네신, 센 칭 카이, 김현경
발행일: 2016년 12월 23일
페이지: 168
디자인: 헤이조(조현열)
ISBN: 978-89-94027-71-5
가격: 15,000원

책 소개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는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커미션으로 진행된 예술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출간된 책이다. 중고등학교 미술교사, 미술기관의 교육 담당자,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예술가 등 예술 교육과 관련된 주체들이 참여한 여름 워크숍, 뒤이어진 아카이브 전시와는 또 다른 결과물이다. 기획자에 따르면 이 책의 제목인 ‘모두의 학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스스로 사고하고 본인의 삶을 결정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물질적이거나 비물질적인 배움의 장소를 의미한다.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질문은 ‘교육을 통해 대안적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이 동시대의 예술과 맞닿는 지점은 무엇인가?’이다. 이를 탐구하기 위해 기획자 함양아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대안적 교육을 실천하는 교육자들과 예술가, 큐레이터, 이론가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고, 그것이 어떠한 실천인지를 묻는다. 『모두의 학교: 프로젝트』는 생활과 직업의 영역에 머물거나 사회 시스템에 의해 관리의 대상으로 남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관점을 관철시키는 좀 더 자율적인 개인과 그것의 공존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예술 실천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영역임을 이 책은 제시한다.

“여름캠프 이후 ‹더 빌리지› 커리큘럼의 내용을 토대로 새롭게 쓴 글들을 통해 저자들은 좀 더 자율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오늘날의 예술과 예술제도, 사회시스템에 대한 강렬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파스칼 길렌은 현실주의와 실용주의의 지배에서 시민적 행동이 사라져가는 제도권 교육을 대체하여 예술과 예술가들이 시민교육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관여하는지를 보여준다. 신현진은 자본주의와 관료주의 환경에서 자율성이 위협받는 예술계가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주의의 배타적인 성격을 벗어나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지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대안교육자 알리 네신, 센 칭 카이, 게이코 세이, 그리고 문화인류학자 김현경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인터뷰들은 출판에 적합하도록 비디오에서 글의 형태로 조정되었다) 오랜 시간 창의적인 방식과 헌신적인 태도로 대안교육에 임해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창의적인 배움(Creative Learning)’을 통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창조하고 변화된 사회를 창조할 수 있을 지 상상하게 되리라 믿는다. 지금도 여러 지역에서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교육자들처럼 ‹더 빌리지› 는 예술 교육을 통한 창의적인 배움을, 배움의 순환을 통한 평등한 교육기회의 파생을, 그래서 가치 있는 정보와 지식과 경험이 손을 뻗은 그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게 되기를 상상해본다.”

- 함양아


목차

8 모두의 학교를 위한 ‹더 빌리지› 프로젝트
— 함양아
18 예술의 법정은 어디인가: 미술과 관료제
— 박소현
33 전문가주의와 예술계의 딜레마
— 신현진
44 사이에 베팅하라: 예술, 교육과 시민 공간에 대한 몇 가지 단상
— 파스칼 길렌
55 피로의 학교
— 행크 슬래거
65 미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 게이코 세이
79 아시아 – 대만의 영화 교육과정
— 황젠홍
86 우리가 더 이상 정치 이야기를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습니다. / 우리는 홀로서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사샤 카라리취
92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 마리안느 플로트롱
98 자명, 공명, 그리고 공감
— 권병준
102 몸과 움직임의 모양
— 노경애
106 모두의 식탁
— 벌레벌레배급_blblbg_, 모두의 부엌

인터뷰
122 수학 마을
— 알리 네신
136 금요일의 철학
— 센 칭 카이
142 독립 교육자
— 게이코 세이
152 장소와 몸짓, 그리고 사람
— 김현경


책 속에서

하지만 아무리 극장과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 상상력을 위한 제도적 공간이 민주주의 수업을 위한 교육 실험의 산실로 기능한다고 해도, 예술가들이 실제로 시민 공간을 만들어 내려면 합법에 선행하는, 아직 규정되지 않는 간극에 베팅해야만 한다. 미술관 안에서 주어진 공민의 장소 바깥을 탐험하고, 말과 아이디어가 오가는 공공 영역을 넘어설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위험한 시민 공간에 도달할 수 있다. 시민 공간이 위험한 이유는 이곳에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은 주어진 공민의 역할을 벗어나 예술가로서의 지위 자체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기 때문이다. 벽이나 기차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이들처럼, 예술가는 범죄자로 몰릴 각오를 한다. 예술가는 합법성의 최전방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다시는 예술가나 완전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한 채 진정한 시민 영역의 윤곽을 그린다.
(파스칼 길렌, “사이에 베팅하라: 예술, 교육과 시민 공간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중에서)

전문 예술가들이 자신의 권위를 증명받기 위해 VIP 취급을 요구하거나, 큐레이터가 직권을 남용해 작가 위에서 군림하거나, 더 나은 예술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예산집행의 방향을 마지막 순간에 틀거나 하는 일은 거의 히스테리에 가깝다.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예술인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예술인은 예술의 자율성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감성의 민주주의와 같은 윤리를 성취한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실상 이러한 히스테리로 얻어지는 이득은 예술계의 전문가적 위세일 뿐 예술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과는 관계가 멀다. 오히려 예술계의 전문성이 자본주의에 의해 위협받는 상황은 예술이란 전문가, 혹은 이들의 네트워크인 예술계에 의해서만 보전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관료주의로 경영되는 조건에도 지속되는 무엇이라는 사회의 믿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신현진, “전문가주의와 예술계의 딜레마” 중에서)


궁극의 자유가 허용되는 공간으로서 미술은, 바로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이버 공간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예컨대 이웃이 시끄럽다고 하자. 직접 이웃을 찾아가 대면하고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대신, 점점 더 많은 도쿄 사람들은 익명으로 시청에 전화를 걸어 이웃의 소란을 신고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실존 세계에서 온라인 익명성의 효과로 얻는 기대가 겨우 이런 것이었을까? 앞으로 더 많은 작가가 이런 이슈를 들고 나와 이 두 세계가 서로를 지지할 자유를 강화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를 바랄 뿐이다.
(게이코 세이, “미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중에서)


누군가가 일생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요? 정말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몇 번이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아야 두세 번이죠. 나머지 시간에 우리가 하는 일은 보통 습관에 기반을 둡니다. 뭘 할지 알고 있는 거죠. 당신이 화가라고 친다면, 그림을 그리는 법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매번 무언가를 창조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창조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창조’하는 것은 아니죠. 화가는 일생에 걸쳐 자신의 화풍을 창조해내고, 그 화풍을 반복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살면서 무언가 발견한 게 몇 번이나 됩니까? 두세 번 정도 아닌가요? 나머지 시간에는 일반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창의적이려고 애쓰지 말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요. 통상적인 것, 일반적인 단계의 사고와 방법을 배우라고 합니다.
(알리 네신, “수학 마을” 중에서)


저자 소개

함양아
네덜란드와 터키, 한국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사회 비평의 일환으로 예술을 실천해왔으며, 개인의 삶과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심으로 연속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이다. 예술제도와 예술실천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화정치에 관심을 갖고 문화예술정책, 박물관 / 미술관학, 근현대미술사 등의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신현진
홍익대학교 예술학 박사이다.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이며, 현대미술의 제도적, 그리고 존재론적 관계를 연구 중이다.

파스칼 길렌
현재 앤트워프 대학의 예술사회학 및 문화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예술의 세계적 맥락, 창의적인 노동 그리고 문화정치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사회 속 예술(Arts in Society)’이라는 주제 아래 지속적으로 출판물을 기획하고 있다.

행크 슬래거
위트레흐트 대학원의 시각예술과 디자인 학부의 학장이며, 예술적 리서치에 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 2006 년부터 예술 교육의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유럽 예술리서치네트워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게이코 세이
저술가이자 큐레이터로 ‹도큐멘타 12 매거진›의 에디터로 활동했다. 미디어아트, 독립미디어, 미디어 액티비즘 등에 대한 비평적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 방콕과 양곤을 오가며 필름과 비디오, 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황젠홍
국립 가오슝 사범 대학교의 학제 간 예술 대학원 연구소 부교수이다. 영화와 현대예술에 대한 비평활동을 하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샤 카라리취
암스테르담 헤릿 리트벨트 아카데미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예술의 맥락–예술과 이론의 융합’ 프로그램의 책임자이다. 사회적 관계의 언어를 통해 정립되는 방법과 이 방법들이 어떻게 시각적 요소와 기호들과 융합되는지 관심이 있다.

마리안느 플로트롱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로, 인간 행동과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체가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는지, 그리고 사회가 어떻게 주체를 형성하는지에 대해 고찰해왔다.

권병준
보컬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음악적 장치를 이용한 공연을 선보여왔다. 네덜란드의 실험적인 전자악기 연구개발기관 스타임(STEIM)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했고, 현재 음악가, 하드웨어 연구자, 뉴미디어 퍼포먼스 기획 연출자로 활동하고 있다.

노경애
2005년 벨기에에서 vzwCABRA를 설립하였다. 안무가로서 신체 움직임을 기본으로 사운드, 영상,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시도해왔다. 새로운 움직임 언어와 공연 형식을 탐구하고 있으며, 교육사업과 커뮤니티 프로젝트들을 기획해왔다.

벌레벌레배급(blblbg)
blblbg는 벌레벌레배급의 약자로, 소수이고 이상한 것들을
불특정한 이들에게 배급하고 있다. 이번 ‹모두의 식탁›에서는 비건 음식을 배급했다._

모두의 부엌
모두가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먹을 권리를 지지하며, 식탁 위로 교차하는 관계를 외면하지 않는 우리의 부엌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알리 네신
수학자이며 이스탄불 빌기 대학교(Istanbul Bilgi University) 수학과 교수이다. 현재 네신 재단 대표로 터키 시린제에서 네신 수학 마을(_e Nesin Mathematics Village)을 운영하고 있다.

센 칭 카이
대만 푸런 카톨릭대학교(Fu Jen Catholic University) 철학과 교수이다. 카페 필로(Café Philo)에서 ‘금요일의 철학’ 포럼을 진행하고 있으며, 철학책을 번역한다. 고등학교에 철학을 보급하기 위해 철학교육진흥위원회(PHEDO)를 조직했다.

김현경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역사와 문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립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학술 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