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문예지


기획: 더 북 소사이어티
기획자문위원: 김태용, 백다흠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펴낸일 2016년 12월 16일

발행: 미디어버스
글: 강동호, 김나영, 김신식, 김용언, 김태용, 백다흠, 서효인, 정지돈, 한유주
사진: 정민구
편집: 구정연, 이한범
디자인: 신신(신해옥, 신동혁)
발행일: 2016년 12월 16일
크기: 112 x 185.5 mm
페이지: 156
ISBN: 978-89-94027-69-2
가격: 8,000원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책 소개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더북소사이어티의 기획으로 진행된 문예지 포럼 “지금 다시, 문예지”의 기록이다.

한국문학의 역사는 동인지와 문예지의 역할과 함께 발전하고 변화되고 어떤 면에서 보수화되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문학과 다르게 문예지와 출판사, 작가와 비평가의 관계가 여전히 끈끈하게 묶여 있고, 이 상태가 문단이라는 장을 이루게 되었다. 해방 이후 많은 작가들이 탄생하고 문학에 대한 열기와 반응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문단 시스템은 그 외형만 변했을 뿐 그 내부는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주기적으로 문예지와 문단의 쇄신을 모색하는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지금 다시 문예지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문화적 · 경제적 여건의 쇠락, 출판 · 유통 시스템의 변화, 독자의 냉대, 독립출판의 부상 등 여러 측면에서 고찰하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1부인 ‘작가들이 만드는 책과 문예지의 새로운 모험’에서는 독립출판사 ‘울리포프레스’의 한유주 작가가 기존 문예지를 벗어난 다양한 문학적 작업물을 소개 하고 그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동인 ‘후장사실주의자’의 정지돈 작가는 작가가 곧 독자임을 역설하며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문학적 놀이로서의 글쓰기와 출판에 대해,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은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문학, 소비되는 문학으로서의 잡지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2부 ‘문예지의 현재와 미래: 문예지, 다르게 그려보기’에서는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인 강동호 평론가가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평론의 역할과 문제점 등을 말하고, 최근 새롭게 출간한 잡지 《릿터》의 서효인 편집장이 새로운 잡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 보여준다. 끝으로 한국문학에서 여전히 변방으로 자리잡고 있는 장르물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이 장르 소설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3부 ‘종합토론: 정주와 질주, 문학잡지의 향방에 관하여’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함께 문예지와 한국문학에 대한 토론과 논쟁의 시간을 갖고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었다. (김태용)

목차

들어가며…김태용 7

제 1부 작가들이 만드는 책과 문예지의 새로운 모험 11
벗어나기, 돌아가기, 거꾸로 가기, 다시 시작하기 한유주 13
후장사실주의, 함께 만들기 정지돈 19
문예지의 변신은 문학의 변신인가? 《악스트》의 사례 백다흠 31

제 2부 문예지의 현재와 미래: 문예지, 다르게 그려보기 51
비판과 전망-비평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강동호 53
문예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서효인 65
우리는 ‘장르 소설’로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김용언 77

제 3부 종합토론: 정주와 질주, 문학잡지의 향방에 관하여 107
- 한국문학과 문예지의 관계 재설정의 필요에 대하여
- 문예지의 현주소에 대한 소고
- 문예지의 변신과 움직임, 그 각각의 미래

후기 아닌 후기 김신식 141

책 속에서

주변의 몇몇 동료들 중에는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시를 쓰고 싶어하거나, 시로 데뷔했는데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전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고요 […] 책이라는 사물의 형태가 덜 완고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분량과 관계없이 혹은 단편이나 장편이거나 관계없이 그 자체로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책을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시로 등단하면 시만 써야 하고 소설로 등단하면 소설만 쓰는 풍토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소설가로 데뷔한 작가의 시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거나 외도로 치부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뿔바지』 등의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유주, “벗어나기, 돌아가기, 거꾸로 가기, 다시 시작하기”, 본문 14-15쪽)


잡지는 충분히 잡스러워야 합니다. 정지돈 작가가 말한 것처럼 ‘공동의 책’이라는 부분도 생각해볼 만한 것입니다만, 잡지 분야에서 그 개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잡지는 쉽게 구길 수 있고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잡성입니다. 잡지는 무엇이든지 말할 수 있지만 연속성을 띠고 지속적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잡지의 ‘잡성’은 분절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잡스러움은 사실 다른 분야의 잡지보다도 문예지에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문학장안에서 문학잡지가 어떤 지향점을 토대로 잡스러워질 수 있는가를 말입니다.
(백다흠, “문예지의 변신은 문학의 변신인가? 《악스트》의 사례”, 본문34-35쪽)


지금처럼 다양한 색깔의 문예지들이 더 많이 창간될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이때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평론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주체들일 것입니다. 기성 평론가의 권위에 개의치 않는,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잡지들이 더욱 많아지면서 문예지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입니다. 이때 독서 시장, 즉 독자의 욕망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문예지의 색채와 형식을 좌우할 것입니다. 문예지의 변화는 문학출판사의 모델, 더 나아가 한국문학의 생산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간 문예지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종의 공유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작가들이 책을 계약하고, 또 평단과 독자로부터 조금이나마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주요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앞으로는 그런 경로를 거치지 않고,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들이 작품을 쓰고 책을 만들며,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창의적인 모델과 방법들이 모색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강동호, “비판과 전망-비평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본문 60-61쪽)


미스터리의 역사가 백 년이 넘는 동안 그 형식은 확장해갑니다. 요즘 나오는 범죄 소설의 경우 전통적인 수수께끼 풀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난 소설이 다수입니다. 미스터리의 폭이 넓어지고 기존의 미스터리에서 다루지 않았던 수많은 이야기가 담기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죠. 우리는 누구나 이런 의문을 품고 살아갑니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망했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망했지, 내가 도대체 무얼 잘못했길래 이렇게 된 거지, 혹은 우리 사회는 무엇 때문에 엉망이 됐지. 일반적으로 우리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던지는 그런 질문들이, 우리의 삶을 사로잡는 근본적인 수수께끼인 겁니다. 미스터리는 그렇게 동시대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는 문제를 무엇이든 포함시킬 수 있는 장르입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죄, 혹은 나의 윗세대가 저지른 죄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 궁금증을 알아내고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한국 미스터리의 커다란 경향이겠고요.
(김용언, “우리는 ‘장르 소설’로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본문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