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조직하기 Self-organized




저자: 줄리 아울트 외
스티네 헤베르트, 안느 제페르 칼센 엮음
박가희, 전효경, 조은비 옮김
발행일: 2016년 1월 28일
디자인: 신신 (신해옥, 신동혁)
ISBN 978-89-94027-49-4 93600
크기: 126x195mm
페이지수: 232페이지
가격: 18,000원 (절판)


동시대 미술에 있어 “자기조직화”는 무엇인가?

『스스로 조직하기』는 2013년 오픈 에디션즈Open Editions에서 출판한 『self-organised』를 번역한 책이다. 앤솔로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시각예술가들의 실질적인 경험과 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sed)’에 관한 각기 다른 해석과 시선을 담았다.
『스스로 조직하기』에서 다루는 ‘자기조직화’는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대의 사회적 조건을 의식한다. 이 책의 글쓴이 마이브릿 보르겐이 “이 용어가 명확히 무엇인지를 정의하기보다는 의미하지 않는 것을 배제하는 편이 더 쉽다”고 했듯,  ‘자기조직화’라는 의미를 한 가지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자기조직화'를 단순히 제도와 비제도, 경제와 반경제라는 이항대립의 구도안에서 기존의 구조와 제도에 대항하여 등장한 소위 ‘대안’, ‘비영리’로 지시되는 조직과 활동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스스로 조직하기』는 사회의 다양한 면면만큼이나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이 용어의 다각적인 의미와 이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를 풍부하게 탐구함으로써, 이 용어가 동시대 미술에서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재고한다.
        1990년대 말 국내 1세대 대안 공간과 작가 공동체의 등장 이후 15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동시대 한국 미술계의 생태 지형과 제도적 조건 안에서 새로운 형식의 자기조직화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조직하기』에 등장하는 ‘자기조직화’의 사례와 변화를 살펴보며, ‘자기조직화’의 논의를 우리의 상황에 맞게 확장해 보는 것은 시기적절해 보인다. 이 책이 동시대 국내 창작과 생산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관해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국내 ‘자기조직화'의 논의와 담론의 장을 생성하는데 촉매제로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책 속에서

자기조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왜 그토록 동시대적으로 느껴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자기조직화에 관한 논의가 사실 물질적인 필요에 대한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사회적인 관점으로 대하는가? [159쪽]

우리는 미술계의 주도적인 구조를 다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세한 권력 구조는 변화한 듯 보이고 기관을 위한 토대와 그 토대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망명이 아닌 도전이 새로운 정치적 현실을 만드는 해답이다. [61쪽]

이것은 수동적이기보단 완고하고 집요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는 닿을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서까지 지속적으로 인내하는 전략적인 기다림의 순간이다. 이것은 기존 시스템의 가장자리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생산양식과 비판적 견해를 포용하는 개방성,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이를 지속하려는 노력과 관련된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듯이, 힘든 시기는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158쪽]

옮긴이 후기 중에서

셀린 콘도렐리의 글 「바라보기에는 너무 가까운, 우정에 관한 소고」에서는 누군가의 동맹이 되고, 어떤 쟁점에 관해 함께 전념하는데 해방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이런 힘이 개인으로 존재할 때보다는 공동에게 주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여기에 십분 동의한다. (..) 우정이라는 관계의 상태가 단순히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조직하기를 시작하고, 어떤 특정한 목표를 위해 행동하는 것과 연결될 때는 즉각적으로 합의된(혹은 합의되지 않은) 내부의 정치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내부의 정치성은 곧바로 그 내부를 둘러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작동될 수 있다. [전효경]

바나비 드래블의 글 「조직을 벗어나는 것에 관하여」는 오늘날 ‘자기조직화’라는 용어의 논쟁적인 지점을 섬세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 ‘창업’ 등의 용어는 자기조직화의 개념을 흐릴 뿐만 아니라, 이른바 자기계발 담론에 의해 전유되어, 제도적인 헤게모니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확장하거나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드래블은 스스로 착취하면서 ‘과잉 관리’되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탈조직화’의 잠재적 해방을 언급하며, 조직하는 것을 멈추자고 주장한다. (...) 얼핏 자기조직화에서의 ‘자기’란 매우 독립적인 개인성을 강조하면서 자기-자신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직화란 말이 곧바로 따라붙는 것처럼, ‘자기조직화’는 조직하기를 가능케 하는 무수히 다양한 외부적 조건 속에서 직조되는 개념이다. [조은비]

자기조직화를 단순히 권력에서 벗어나는 탈중심, 또는 저항으로 이해하면서 경제와 반경제, 제도와 비제도라는 이분법적 논리 구조로만 사고하는 것은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겠다. 우리는 흔히 ‘자기조직화’를 이야기할 때, 90년대 반제도적 차원에서 형성된 ‘대안공간’과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자기조직화’를 과거의 그것과는 구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자기조직화는 더 다층적인 관계망에 놓여 있으며, 단순한 이항대립 위에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브릿 보르겐의 글 「자기조직화의 내외적 형식」에서 언급된 샹탈 무페의 복수성과 비평적 경합주의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비평적 경합주의’는 정치적 토대로서 상대 진영을 이분법 상의 ‘적’으로 분리하기보다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복수성을 만들고, 결국 복수성과 경합주의는 다원화되고 다양한 외부 조건을 반영한 미술계 안에서도 필요한 태도로 여겨진다. 우리는 변화하는 조건과 제도적 환경 속에서 좀 더 영리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박가희]


차례

서문 - 스티네 헤베르트, 안느 제페르 칼센, 데이비드 블레미
조직을 벗어나는 것에 관하여 - 바나비 드래블
대안은 없다: 자기조직화가 미래다 2 - 앤서니 데이비스, 스테판 딜레무스, 야콥 야콥센
자기조직화의 내외적 형식 - 마이브릿 보르겐
미학과 행동주의 사이의 제도적 실험 - 요나스 에케베르그
바라보기에는 너무 가까운, 우정에 관한 소고 – 요한 프레데릭 하틀과의 대화 셀린 콘도렐리
거의 기관에 가까운 기관 - 리비아 판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리누스 엘메스
라파르망22의 역사, 나의 역사 - 압델라 카룸
능동적 회고: ‘그룹 마테리알’ 아카이빙하기 - 줄리 아울트
평소처럼 적과 포스트포디즘을 규정하기 - 왓, 하우 & 포 훔/WHW
모든 잘못된 사례 - 얀 버보트
변하는 것과 변함없는 것 - 후안 A 가이탄
자유보다 무엇을 더 원하는가? - 찰스 에셔 인터뷰, 예카테리나 드곳, 데이비드 리프
옮긴이 후기 - 박가희, 전효경, 조은비


추천사

이 책은 동시대 문화생산에서 가장 영향을 준 방법을 탐구하며 ‘자기조직화’에 관한 폭넓은 시선을 취한다.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은 오늘날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에서 어떻게 자신과 그룹 사이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관료화와 유연성 사이에서, 미학화와 행동주의 사이에서 자기조직화가 진동하는 지에 대해 실증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을 논의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지금이 이니셔티브와 기관 모두를 위해서 탈조직화와 기다림의 단계에서 미학과 정치의 불화와 공존의 차원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주류화와 우파의 포퓰리즘에 뒤이어 자기 결정을 할 줄 아는 시민성의 비평적인 플랫폼을 위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 마리아 린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주요 저자 소개

줄리 아울트
독립 혹은 공동으로 일하는 작가이자 큐레이터로, 저술과 편집 활동도 한다. 그는 종종 기획과 편집의 역할을 예술 활동의 형식으로 간주한다. 1979년 그룹 마테리알을 공동 창립했으며, 1996년 해체되기 전까지 예술, 행동주의, 정치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최근 기획한 전시로는 《Ever Ephemeral, Remembering and Forgetting in the Archive》(시그널, 말뫼, 2011)와 2010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마틴 벡Martin Beck과 함께 한 《No-Stop City High-Rise: a conceptual equation》이 있다. 주요 편집물과 저서로는 『(FC) Two Cabins』(James Benning, 2011), 『Show and Tell: A Chronicle of Group Material』(2010), 『Come Alive! The Spirited Art of Sister Corita』(2006)가 있다.

셀린 콘도렐리
작가이자 저술가로, 현재 밀라노 누오바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있다. 콘도렐리의 작업은 이스탄불 살트에서 열린 《Surrounded by the Uninhabitable》(2011~2012)와 무르시아의 《Manifesta 8 –OVERSCORE》(2010)에서 소개되었다. 주요 저서이자 편집물로는 『Support Structures』(스턴버그 프레스, 2009)가 있으며, 영국 버밍엄의 아티스트런 전시공간이었던 이스트사이트 프로젝츠의 창립 디렉터들 가운데 한 명이다.

찰스 에셔
큐레이터이자 저술가다. 그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반아베미술관의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고, 영국 런던 세인트마틴 예술학교에 속한 미술 저널 《애프터올》의공동 디렉터로 있다. 그는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의 제5회 U3 트리엔날레(2010),리엠 파다Reem Fadda와 함께 제3회 리왁 비엔날레(라말라, 팔레스타인, 2009), 바시프 코툰Vasif Kortun과 함께 제9회 이스탄불 비엔날레(2005)를 기획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스웨덴 말뫼 루지엄의 디렉터로 일했다. 그는 《아트포럼》, 《프리즈》, 《파켓트》,
《아트 먼슬리》 등의 저널에 글을 기고하며, 2005년 일부 글을 모아 『Modest Proposals』(이스탄불: 바글람 프레스)을 출판했다.

엮은이 소개

스티네 헤베르트(Stine Hebert)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미술사가다. 그는 다년간 프리랜스 큐레이터로 예술 생산의 조건을 연구하며 활동해왔다. 사운드 포럼인 《the initiative AUX》의 공동 창립자이며, 국제적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생산했으며, 북유럽의 대학과 미술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해왔다. 그 전에는 스웨덴에 위치한 발틱아트센터의 책임 디렉터였고, 코펜하겐에 있는 쿤스탈 샤를로텐보르의 큐레이터로 일했다. 최근에는 덴마크에 있는 퓐예술아카데미의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안느 제페르 칼센(Anne Szefer Karlsen)은 큐레이터이자 저술가다. 현재는 노르웨이 베르겐의 호르달란 아트센터의 디렉터로, 전시와 강연 시리즈 외에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베르겐 미술관, 라파르망22, 오슬로 순수미술사회와 같은 다른 미술 공간에서도 전시를 기획해왔다. 그는 아르네 스칼 올센Arne Skaug Olsen과 몰튼 크바마Morten Kvamme와 함께 『Lokalisert/Localised』(Ctrl+Z 퍼블리싱, 2009)를 공동 편집한 Ctrl+Z 출판사의 공동창립자이다. 제페르 칼센은 베닌 비엔날레 2012의 협력 큐레이터이며, 바삼 엘 바로니Bassam El Baroni, 에바 곤잘레스 – 산초Eva González – Sancho와 함께 《Lofoten International Art Festival – LIAF 2013》을 맡고 있다.

옮긴이 소개

박가희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이 지닌 또다른 지식생산의 가능성을 믿고, 전시라는 매체를 통해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전효경
동시대 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으로 미술을 탐구하고 관람자와 작가, 작품 간의 보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일하는 매개자이다. 2011년 작가들과 함께 서울 목동의 한 빌라에 이븐더넥Even the Neck이라는 전시 조직을 설립했다.

조은비
KT&G 상상마당 갤러리를 거쳐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파동, The Forces Behind》(공동기획, 두산갤러리, 2012), 《아직 모르는 집》(아트 스페이스 풀, 2013), 《여기라는 신호》(갤러리팩토리, 2015)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