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도록


지은이:   데이비드 롭, 김미영, 김지훈, 루슬라나 리히트치어, 야콥 파브리시우스
미디어버스, 부산비엔날레 공동발행
2020년 7월 8일 발행
언어: 한국어/영어
디자인: 신신
ISBN 979-11-90434-05-8 (93600)
148x210mm / 페이지
값 15,000원



책 소개

2020 부산비엔날레의 전시 도록으로 <열 개의 단편 소설과 다섯 편의 시>와 함께 발행되었다. 10명의 소설가와 1명의 시인이 부산을 배경으로 완성한 단편 소설과 시는 비엔날레 전시에 참여한 67명의 시각예술가와 11명의 음악가에게 영감을 부여하였고, 이들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 도록은 이러한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 결과물이다. 작가들의 작품 소개와 사진을 비롯해 작가들과의 짧은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전시 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의 글을 비롯해 사회학자이자 지리전문가가 본 부산의 역사와 지리적 맥락을 파악한 김미영의 에세이, 영상 전문가로서 영화 도시로서 부산을 살펴본 김지훈, 부산의 소리를 탐색한 데이비드 툽 등의 에세이도 수록되어 있다.

목차

서문 – 야콥 파브리시우스
부산을 듣다 - 데이비드 툽
부산항에 담긴 시간의 형적 - ­김미영
부산을 기록하기: 김정근, 오민욱의 영화 - 김지훈
압상(壓像­) ‑ 루슬라나 리히트치어
작가•작품
설치 전경
이야기와 시 요약
작가 약력
필자 소개
콜로폰

저자 소개

야콥 파브리시우스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이자 현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의 예술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스웨덴 말뫼 콘스트할과 덴마크 쿤스트할 샤를로텐보르의 감독으로 일했다. 제6회 무빙이미지 비엔날레 《Leisure, Discipline and Punishment》(벨기에)의 예술 감독을 역임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의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을 포함한 다수의 국제전과 공공공간에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출판사 ‘포크 살라드 프레스’의 창립인이자 뉴스페이퍼 프로젝트 『올드뉴스』의 발행인이다.

데이비드 툽
1970년부터 데이비드 툽은 소리, 듣기, 음악과 물질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즉흥 음악 퍼포먼스를 넘어 글쓰기, 작곡, 필드 레코딩과 전시 기획 등의 다양한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의 교수이며, 『Ocean of Sound, Sinister Resonance』, 『Into the Maelstrom』을 비롯한 8권의 책을 쓴 저자다. 가장 최근에는 솔로로 ‘Apparition Paintings’을 녹음했다. 즉흥음악가로서 그는 최근 리에 나카지마, 시젤 엔데레센, 서스턴 무어, 다니아 캐롤라인 첸,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했다.

김미영
현재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 후 서울연구원과 부산연구원에서 정책 연구를 수행하였다. 관심분야는 도시의 문화예술공간, 공간의 문화사, 공간의 사회학 등으로 물리적 실체로서 공간을 너머 그것의 문화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발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 「옥상의 공간사회학」, 「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와 행복의 관계」, 「호텔과 ‘강남의 탄생’」, 「‘오감(五感)도시’를 위한 연구방법론으로서 걷기」 등이 있다.

김지훈
『필름, 비디오, 그리고 디지털 사이에서: 포스트-미디어 시대의 하이브리드 무빙 이미지』(Bloomsbury Academic, 2018/16)의 저자이다. 영화이론, 실험영화와 비디오, 무빙 이미지의 예술, 영화와 현대 미술, 디지털 시네마, 그리고 실험 다큐멘터리에 관한 논문들은 「Cinema Journal」, 「Screen」, 「Film Quarterly」, 「Camera Obscura」, 「Animation: An Interdisciplinary Journal」, 「Millennium Film Journal」 등의 학술지와, 공저서인 『글로벌 아트 시네마: 새로운 역사와 이론들』(Oxford University Press, 2010)과 『발생: 위치와 무빙 이미지』(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1) 등에 실렸다. 또한 『Journal of Popular Film and Television』의 ‘21세기 한국영화와 텔레비전’ 특집을 편집했다. 두 권의 저서를 준비중이며 각각의 제목은 『다큐멘터리의 확장된 영역: 뉴미디어, 뉴플랫폼 그리고 다큐멘터리』와 『포스트-베리떼 전환: 21세기의 한국 다큐멘터리영화』이다. 현재 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 연구 부교수이다.

루슬라나 리히트치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성장한 루슬라나 리히트치어는 작가이자 큐레이터, 일리노이 노스웨스턴대학의 미술사 박사과정생이다. 그가 갖고 있는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은 차이와 변화에 대한 급진적 상상력을 품고자 하는 문화적 작업을 생산하도록 한다. 텍사스 휴스턴 미술관의 ‘코어’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디트로이트 레드불 아츠의 펠로우십에 선정되었다. 리히트치어는 각종 전시 도록 및 국제적인 예술관련 출판물에 정기적으로 투고하고 있다.

책 속에서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어휘 차원의 변화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귓속말로 전해들은 말을 다른 삶에게 다시 귓속말로 옮기는 아이들 놀이 ‘옮겨 말하기’(Chinese Whispers)에서—이 말놀이는 전화기, 전화 교환원, 망가진 전화기, 그레이프 바인, 가십, 우유 마시지마, 비밀 메시지 게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프랑스어로는 아랍 전화 또는 무선 전화 놀이로도 불린다. 놀이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우선 일렬로 줄지어 서거나 둥글게 원을 만든다. 놀이를 시작하는 사람이 전할 문장이나 말을 생각해 옆에 선 두 번째 사람에게 귓속말로 전달한다. 이 사람은 자기 옆에 선 세 번째 사람에게 다시 말을 전달하고, 세 번째 사람은 네 번째 사람에게 말을 전달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놀이를 진행해 나간다. 그러다가 마지막 사람의 차례가 오면, 이 사람이 자기가 전해들은 말(메시지)을 모두에게 알려준다. 이어 애초 메시지를 고안한 사람이 자기가 처음에 속삭였던 말과 그 말을 비교한다. 처음의 말과 마지막 사람이 전해들은 말 사이에는 대개 큰 간극이 존재한다. 재미와 교육적인 측면을 두루 갖춘 이 놀이는 간접적인 의사소통 과정에서 정보와 해석이 얼마나 쉽사리 변질되는지 보여준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서문, 14쪽)

현대의 도시들은 음향적 다양성이 부족하다. 같은 도로에 같은 차들이 달리고, 같은 디자인의 상품들을 팔고 있는 같은 쇼핑몰, 같은 바와 클럽들은 같은 음악을 틀고 같은 술을 팔며 같은 여객기들이 머리 위로 날아 다닌다. 물론 이것이 전부 맞는 말은 아니다. 아래를 볼 때­혹은 들을 때라고 말할 수 도 있겠다‑ 많은 차이를 찾아 볼 수 있다. 서울에 있을 때 한국의 악기들을 사고 싶다고 내 호스트에게 말했다. 처음에 그들은 나를 기타와 드럼, 키보드로 가득 차 있는 상점으로 데려갔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들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그 다음 우리는 큰 절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나는 나무로 된 목탁을 살 수 있었다. 그날 밤, 분주한 거리에서 노인이 박스를 두고 골동품을 파는 것을 보았다. 그에게서 나는 한국 무악­에서 쓰는, 가운데 구멍에 보랏빛으로 물든 실크가 꿰어져 엮인 자바라 한 쌍을 샀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툽, 부산을 듣다, 54쪽)

부산은 인구 340만, 면적 768제곱킬로미터의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다. 하나의 산과 작은 포구에 불과했던 부산이 이처럼 성장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부산항이 있었다. 흔히 부산을 ‘항구도시’로 일컬을 만큼, 드넓은 바다와 어우러진 거대한 항구는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부산의 상징임에 틀림없다. 이곳은 거대한 수출입 화물선이 바쁘게 드나들고 주홍빛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있는 공간 이상이다. 근대 도시 부산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자 내륙을 향해 뻗어나가는 도시 성장 동력의 구심점으로서 시대의 상흔과 번영의 결과들이 누적된 복합체이다. (김미영, 부산항에 담긴 시간의 형적, 82쪽)

부산이 영화적 도시­cinematic city‑라는 규정은 새롭지 않게 들릴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먼저 영화를 자신의 산업적, 문화적, 경제적 차원과 통합한 도시, 즉 영화-도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은 분명 영화적 도시다. 1996년 최초로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를 부산의 브랜드로 특성화하고자 했던 문민정부 시기 지방자치제의 기획과 부산을 아시아의 문화적 허브­cultural hub‑로 조성하려는 지역적 프로젝트가 국제영화제를 당시 성장 일로에 놓인 영화산업과 영화문화의 촉매로 수립하고자 했던 영화인들의 열망과 제휴한 결과였다. 줄리안 스트링거­Julian Stringer‑의 견해를 활용한다면 ‘영화의 바다’를 브랜드 이미지로 수립한 부산국제영화제는 “글로벌/로컬 동역학에 참여하고 로컬 영화 문화의 국제적 차원을 충분히 시사하는 행사”로서 “시네필리아라는 공유된 감각과 문화적 교환의 역동적 과정에 대한 참여에 근거한 진정한 로컬 도시 정체성을 낳을 수” 있었다. (김지훈, 부산을 기록하기: 김정근, 오민욱의 영화, 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