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 허구의 생산과 증폭의 가능성에 대하여



류한길 지음
미디어버스 발행
2018년 12월 15일 발행
ISBN 978–89–94027–88–3
978–89–94027–74–6 (세트)
105x150mm / 76페이지
값 10,000원


책 소개
이 책은 즉흥실험연주자이자 기획자로 활동해온 류한길의 강연을 싣고 있다. 음향학과 전기공학, 유사과학, 오컬트의 “어둡고 축축한 지식”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구성하는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연법칙들, 신화들, 윤리적 감각에 내재되어 있는 허구적 속성을 밝혀낸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이 이러한 자연법칙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통적으로 우리가 허구적인 것을 다뤄온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허구적인 것이 우리 사회 안에서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증폭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 SF 작가인 러브크래프트부터 유진 태커, 마크 피셔, CCRU와 같은 철학자와 인문학자들을 가로지르며 이들이 제안한 방법론과 세계에 대한 관점 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전개해간다.

저자는 영화의 허구적 속성 때문에 존 카펜터 감독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1987)를 이 책의 주요한 텍스트로 삼았을 것인데, 비평가의 관점이 아니라 영화의 표면적 영역 아래에서 감독도 인식하지 못하는 텍스트적 영역을 ‘허구적으로’ 읽어내며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해 낸다.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강연, 언어나 사소한 사건들이 이 책에서 중요한 단서처럼 사용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사고의 실험은 자본주의와 정치, 종교의 영역까지 자유롭게 뻗어가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한시간 총서 소개
미디어버스에서 발간하는 한 시간 총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책이라는 견고한 물질로 만듭니다.

저자 소개
1975년 서울 출생. 음악가. 소리 자체와 소리의 내재적 요소로부터 확장되는 여러가지 허구적 가능성들을 생각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김태용, 로위에와 함께 A.Typist를 결성하였고 아시아 즉흥 음악 그룹인 FEN(Far East Network)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현재 미세 먼지와 담배 연기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기 신체를 대상으로 실험 중이다.

책 속에서
“단군 신화에서 정말로 곰이 마늘과 쑥만 먹고 버텨서 인간 여성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추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허구적 방식으로 모든 불확정성, 불확실성에 면밀하게 접근할 때, 쉽게 말해 다르게 질문하는 방법을 발견할 때, 반전된 현상은 실재가 됩니다. 실재적인 허구의 증가를 막는 것은 역사와 종교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합리적 이성과 믿음 그리고 도덕입니다. 이러한 합리성은 허구를 외면하도록 우리를 압축하고 제한합니다.” (47쪽)

“우리는 이들 기업이 제공해주는 기술에 우리의 사회적 삶의 방식을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자본은 절대로 우리가 비자본적 선택을 하도록 놔두질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차려진 메뉴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사회 발전의 증거로 믿습니다. 그러나 그 증거의 실체는 사실 조금 귀찮은 일을 덜 귀찮게 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당대의 과학으로 이해 불가능한 것이 왜 정치적으로 위험한가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해 불가능한 자연법칙을 신의 심오한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 즉 사회에서 통제와 활용이 가능한 기술로 번역할 수 없음은 종교 정치의 권력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53쪽)

“무언가가 약간 비틀려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모든 사물과 조건에 대해 인간이 잘 합성된 상태가 아니며 오히려 꽤 강하게 합리적으로 용접된 상태와 같습니다. 무언가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바로 용접된 상태의 느슨한 부분 또는 녹슨 부분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용접된 현실의 합리적 협박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길은 비틀린 어둠 속을 탐구하고 추적하며 섬세하고 비밀스러운, 전문적이면서 무가치한, 상품화할 수 없는 개인의 투쟁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즉 미래로부터 다가오는 ‘아버지’를 제한적인 인간적 가치 판단 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깨어있는 인간을 향한 노력입니다.” (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