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핑주의자 선언 Tangpingist Manifesto




익명 지음
홍명교 옮김
불도저 디자인
미디어버스
2025년 4월 1일 발행
ISBN 979-11-90434-69-0
105x210mm/국영중문/96페이지
10,000원

책 소개
미디어버스 ‘선언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중국 젊은 세대의 감정과 조건을 대변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탕핑주의자 선언》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이 선언문은 2021년 6월,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누군가가 쓴 글로 처음 등장하였고, ‘탕핑(躺平)’이라는 단어는 이후 하나의 사회적 키워드가 되었다. ‘탕핑’은 ‘드러눕기’를 뜻하는 말로, 성취를 강요하는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저항의 태도를 상징한다.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체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중국 청년 세대의 새로운 삶의 윤리를 담고 있다. 해당 글은 발표 직후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곧바로 정부의 검열 대상이 되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재유포되며 21세기 중국 청년들의 새로운 저항 언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번 한국어판은 홍명교가 번역해 플랫폼C에 게재한 버전을 바탕으로, 중국어 원문과 영어, 한국어 세 언어를 함께 수록하였다.

목차
서문: 거부
탕핑주의자의 ‘동반자’
탕핑주의자의 곤경
탕핑주의자의 친구
대안적 자치구                                                          

저자 소개
해당사항 없음

역자 소개
홍명교
사회운동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설립된 활동단체 플랫폼c의 활동가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 동아시아 국제연대 등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회운동을 조직하고 있으며, 월간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동동』을 기획 및 발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2021, 빨간소금), 역서로는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2022, 생각의힘)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사실 만약 탕핑주의자들의 각성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아직 ‘정의’란 것이 남아 있다는 걸 잊었을 것이다. 마치 사축이 먹고 살기 위해 착취자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호소하려는 듯, 같은 길을 따르는 탕핑주의자들은 지난 시간에 대한 한계치 없이 가불한 착취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그 배상 요구들 중 어떤 결말은 실행자가 개인의 요구를 압축하도록 요구하여, 최소한의 소비와 최소한의 노동으로 생존을 이어가도록 힘쓰고 있다. 그보다 더 높은 요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 전체가 시간과 공간의 분해와 재설정을 요구하는 것에 있다.” (5쪽)

“세계를 90도만 돌려서 보면, 사람들은 평소에는 말할 수 없는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눕는 것이 서는 것이고 서있는 것은 기어가는 것이란 점이다. 이 같은 객관적인 시각은 탕핑주의자와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넘나들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기 전에는 탕핑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자세를 바꿀 이유가 없다.” (7쪽)

“개별 탕핑주의의 부자연스러운 지점은 바로 대규모 실천의 통로가 부족하다는 것, 그렇기에 탕핑주의가 또 다른 유예의 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천성적으로 탕핑을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탕핑주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주류 질서에서 소외되어, 포기할 무언가를 아예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탕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수록 탕핑주의의 함의를 거스르게 된다 — 그들의 입장에서 본래부터 질서는 너무 많고, 포기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혼인과 가정의 법칙에 빠진 사람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 업무고과와 성적표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주택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만약 탕핑주의자들이 이렇게 많은 반대자를 규합했다면, 어떻게 그 질서가 그들을 놓아주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19쪽)

“우리는 주민들이 최소한의 노동 외에 그들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노역의 기술보다는 탕핑의 가속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노동시간 감축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공동 돌봄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는 국경을 없애고, 각 자치구 간에 자유로운 이주를 모색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곤경에 빠진 이들에게 관심 —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한 요양, 빚으로 궁핍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보조, 거동이 불편하고 자기관리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한 돌봄, 차별받거나 누명을 쓴 이들을 위한 공간 — 을 가질 것이다.”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