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은 좋다




초판 1쇄 발행일: 2025년 6월 5일
편집: 민구홍, 임경용
디자인: 민구홍 매뉴팩처링
도움: 백창인, 돈선필, 박현정
제작: 성원애드피아
ISBN: 979-11-90434-82-9 (03600)
가격: 10,000원


책 소개

“창작의 역사는 도둑질의 역사다.”
고대의 모방부터 AI의 프롬프트까지, 도둑질을 둘러싼 가장 대담하고 유쾌한 옹호

『"도둑질은 좋다."』는 창작에서 ‘도둑질’이라는 개념을 윤리적 금기나 법적 범주가 아닌, 시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창작의 기술이자 철학으로 다시 조명하는 책이다. 플라톤과 키케로에서 시작해 셰익스피어, 워홀, 타란티노, 그리고 오늘날의 알고리즘 기반 AI에 이르기까지, 민구홍은 방대한 역사적 사례와 예술적 전례를 통해 ‘도둑질의 기술’을 해부한다. 이 책은 표절을 옹호하기보다 창작이란 결국 '무엇을 어떻게 훔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반복적인 실험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도둑질은 나쁘다’는 선언으로 시작되는 1장은, 이 책이 단순한 옹호론이 아님을 천명한다. 지은이는 “도둑질은 남의 맥락을 파괴하고, 자기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가로막는다”고 말하지만, 이 비판이 곧 역설적인 ‘도둑질 예찬’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즉, 이 책은 도둑질을 덮어두거나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해부함으로써 도둑질의 윤리와 미학을 동시에 탐색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수사학 교육과 중세 수도원의 성서 주석, 르네상스 화가들의 고전 모방, 낭만주의 작가들의 은밀한 표절, 모더니즘과 팝아트의 노골적인 인용과 반복, 그리고 21세기의 플랫폼 기반 창작과 AI 툴까지, 「도둑질의 역사」를 이루는 각 부분은 한 편의 문화사이자 창작론으로 읽힌다. 예컨대, 셰익스피어는 거의 모든 극의 플롯을 어딘가에서 가져왔지만 “To be or not to be” 같은 문장으로 그것을 완전히 뒤엎는다. 워홀은 “다른 사람이 잘한 걸 똑같이 하면 돼. 똑같이, 더 많이.”라는 선언으로 반복 자체를 미학으로 전환한다. 지은이는 이 모든 사례를 통해 '훔치는 행위가 아닌 그로부터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만들어냈는가'를 묻는다.
책의 중반부는 도둑질에 얽힌 통념을 해체하고, 그 윤리적 경계와 미적 기법을 날카롭게 정리한다. ‘껍데기만 바꾸면 도둑질이 아니다’, ‘출처를 숨기면 내 것이다’, ‘흉내는 부끄러운 짓이다’ 등 흔히 반복되는 열세 가지 오해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도둑질은 베끼지 않아도 할 수 있다, 감탄의 계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정직한 창작자의 태도라 강조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창작에서의 윤리는 ‘무엇을 어디서 가져왔는가’보다 ‘어떻게 다시 썼는가’, ‘누구의 감동을 어떻게 다시 살렸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단언한다.
「도둑질의 정신」으로 시작되는 책의 후반부는 일종의 창작 실천 매뉴얼처럼 읽힌다. 지은이는 도둑질은 기술 이전에 ‘감탄의 감각’이며, 타인의 문장을 정교하게 감각하는 훈련, 인용의 윤리를 사유하는 태도, 관계를 복원하는 감정적 직관이라 말한다. 여기서 도둑질은 단순한 차용이 아닌 창작이 시작되는 방식이자, 시대와 존재를 연결하는 감각 훈련이 된다. “도둑질은 관계의 언어이며, 정직한 고백이며, 창작의 지독하게 솔직한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결론은 이 책이 그저 창작론이 아니라 시대 감각에 대한 진단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도둑질은 좋다."』는 단지 이론서가 아니다. 도둑질의 철학을 통해 창작자의 감각, 책임, 윤리를 다시 묻는 책이다. '훔쳤는가?'가 아닌 '훔친 것으로 무엇을 만들었는가?' '누구를 되살렸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창작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은이 민구홍은 글쓰기와 웹을 중심으로 출판, 디자인, 교육을 넘나드는 인물로, 1인 기생 회사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운영하며 ‘창작을 위한 감각적 인프라’를 실험해왔다. 이 책은 그가 5년여 동안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https://neworder.xyz)에서 축적한 텍스트와 강의, 실천의 또 다른 총체이자 ‘도둑질을 위한 실용 이론서’로서의 새로운 제안이기도 하다.


차례

- 도둑질은 나쁘다
- 도둑질의 역사
- 도둑질을 둘러싼 열세 가지 오해
- 도둑질을 위한 열세 가지 정신
- 도둑질을 위한 열세 가지 기술
- 도둑질을 위한 즐겨찾기
- 도둑질 워크숍
- 도둑질을 위한 열세 가지 말
- 도둑질은 나쁘다?


저자 소개

민구홍. 1985년 3월 5일 출생. 다섯 살 무렵인 1989년 정식으로 몬테소리 교육을 받았다. 일곱 살 무렵인 1991년 매킨토시 LC로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열한 살 무렵인 1995년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첫 번째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중앙대학교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미국 시적 연산 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하지만 ‘시적 연산’ 또는 ‘좁은 의미의 문학과 언어학’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을 공부했다. 안상수 선생 연구실 ‘날개집’을 거쳐 2010년부터 안그라픽스와 워크룸에서 13여 년 동안 편집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으로 일하며 ‘16시’, ‘실용 총서’ 등을 기획하고, 크고 작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1인 회사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운영하며 미술 및 디자인계 안팎에서 홀로 또는 기관, 기업, 단체, 개인 등과 여러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2016년부터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실용적인 동시에 개념적인 글쓰기’의 관점으로 코딩을 이야기하며 웹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 이 책을 비롯해 『민구홍 매뉴팩처링 운영 지침』(미디어버스, 2025), 『한 시간 총서: 새로운 질서』(미디어버스, 2019)가, 옮긴 책으로 『인터넷에서 시간 낭비하기』(abb press, 2025), 『선물』(브와포레, 2025),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 과정』(작업실유령, 2024), 『연주회』(브와포레, 2024), 『개들도 우리와 똑같아요』(브와포레, 2024),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브와포레, 2023),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작업실유령, 2017)가, 옮긴 글로 「핸드메이드 웹」(J.R. 카펜터, 2023)이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관한 책으로는 『레인보 셔벗』(아카이브 봄·작업실유령, 2019)이 있다. 앞선 실천을 바탕으로 2022년 2월 22일부터 안그라픽스 랩(약칭 및 통칭 ‘AG 랩’)에서 디렉터로 일하며 ‘하이퍼링크’를 만든다. 한편, 2024년 느닷없이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의 친구, PIE의 공동 운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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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