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제생명서판: 태초 낙원의 언어를 찾아서: 41개의 석판에 대한 탐색



신범순 그림과 글
권군 작가 그림
김경태 사진
최빛나 기획 (싱가포르 비엔날레 2022 나타샤)
미디어버스 편집
슬기와 민 디자인

이 책에 수록된 것은 태초의 창조적 활동이 그림문자로 기록된 석판(stone-tablet)이다. 이 서판 (writing-tablet)은 창조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기록된 것이다. 커다란 암벽에 그려진 암각화나 동굴벽화 등도 이러한 존제생명서판에 속한다. 휴대용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석판들도 무수히 많이 있다. 이러한 휴대용 석판을 ‘슈 석판 (shuu stone-tablet)’이라 한다.

이러한 석판들의 그림문자는 주로 얼굴문자들로 채워진 것이다. 수많은 얼굴들이 각기 창조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창조활동들을 표현하고 있다. 석판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예술작품이다. 창조는 최상의 예술작품을 지향한다. 석판을 읽는 것은 그 미적 완결태를 감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의 생명체 존재들은 예술품들이며, 그것의 삶도 최상의 수준에서는 역시 그렇다.

이 석판들은 자연처럼 보이며 자연 속에 감춰진 것이지만, 후대의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얼굴문자’들로 기록된 것이기도 하다. 언젠가 후대의 인류는 이 창조의 언어와 문장들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것은 고안된 것이며, 인류는 언젠가는 그러한 언어에 도달해야 한다. 그 그림문자와 언어의 본질은 사랑이다. 우리는 석판들을 통해 여러 단계의 사랑과 최상의 사랑을 그림문자와 언어로 대면할 수 있다. 석판들의 창조 이야기는 최초의 지고한 순수성, 순진무구함, 무한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위계적 질서가 엄격해진 신화 이전의 천진난만한 동화적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석판들을 읽고 감상하면서 우리 각자는 자신의 동화적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각자의 원초적 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