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임경용
디자인 신신(신해옥, 신동혁)
148x215mm, 32pages
부수 500부 (책자), 1500개 (포스터)

총 12개의 짧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수록하고 있는 소책자입니다.

12.
하나의 기계이자 사물로서 복합기는 불완전한 상태이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기술적 패러다임이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지금 복합기는 종이와 디지털 사이에 발을 걸치고 있다. 복합기의 유용성은 컴퓨터를 통한 디지털 입력 뿐만 아니라 유리판으로 아날로그적인 입력도 가능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역사가 증명했듯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고 그 변화를 촉발시키는 것은 정보를 담는 형식이다. 20세기 복사기의 발명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인쇄물(표현 양식)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새로운 생각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입될 수 있었다. 만약 20세기 초반에 인쇄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미래주의 선언이 무차별적으로 대중에게 유포될 수 있었을까? 1960년대 제록스 복사기가 없었다면 플럭서스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유지될 수 있었을까? 모든 사람이 책을 만들거나 복합기로 자신의 생각을 ‘출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필요할 때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그것의 가능성은 열려져 있어야 한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복합기와 종이 매체의 조합은 그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형식이다.

* 이 소책자(포스터)는 '사물학II : 제작자들의 도시' (2015.02.17 - 2015.06.28) 전시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