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전진한다 - 책, 시간, 공간
Book Moves Forward - Book, Time, Space

저자: 신신
디자인: 신신
인쇄: 세걸음
발행처: 미디어버스
크기: 15 x 21cm
페이지수: 202
언어: 한국어, 영어
ISBN: ISBN 979-11-90434-81-2 (03600)
ISBN 978-89-94027-76-0 (세트)
발행일: 2025년 6월 16일
가격: 15,000원
책 소개
『책은 전진한다』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신해옥, 신동혁)이 그동안 축적해온 디자인 실천의 흐름을 정리하고, 동시대 책 만들기의 형식과 감각을 사유한 결과물이다. 2024년 12월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열린 〈급진적 페이퍼백 만들기, 혹은 페이퍼백을 급진화하기〉 토크를 기점으로, 2025년 2월 스튜디오에서의 후속 대화까지를 포함해 구성된 이 책은, 신신이 디자인한 21권의 단행본을 중심으로 책이라는 매체를 이루는 물성과 구조, 흐름에 대한 생각들을 구체화한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페이퍼백’이다. 신신은 가장 기본적인 단행본 형식인 페이퍼백을 자신들의 디자인 실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값싸고 간결하며 빠르게 제작되는 이 형식은, 가장 단순한 책의 형태이자 동시에 책의 구조, 리듬, 밀도, 읽는 방식까지 포괄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이들은 익숙한 형식에 미묘한 어긋남을 주거나, 책장을 넘기는 동작 자체를 감각의 흐름으로 구성하며, 책이 단순한 정보 매체를 넘어 하나의 체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책에서 다루는 21권의 사례는 신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책을 만들며 마주한 고민과 실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신신은 2020년, 자신들의 디자인 방법론을 보다 능동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펼치기 위해 미디어버스 임프린트로 ‘화원’을 설립했다. 화원은 디자인을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구조적·물질적 탐색이 결합된 실천의 과정으로 바라보며, 디자이너 주도의 출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 속에는 화원을 통해 시도된 출판 실험의 맥락도 함께 담겨 있다.
책 후반부에서는 책 만들기에서 출발한 디자인 실천이 전시와 공간 기획으로 확장되는 사례들도 다뤄진다. 『SeMA 전시 아카이브』, 『윈도우 프로젝트』, 『오프닝스: 밤, 종이, 유리』와 같은 작업은 책이라는 형식이 물리적 공간 안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북페어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며, 실제 독자들과의 교류 속에서 자신의 디자인 감각과 방법을 다듬어간 경험도 언급하고 있다.
『책은 전진한다』는 단순히 작업을 나열한 사례집이 아니다. 책을 만들고, 전시하고, 나누며, 독자와의 만남 속에서 다시 구성해나가는 흐름을 따라가는 이 책은, 오늘날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책이라는 매체와 그것을 둘러싼 환경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초대하는 감각적이고 실천적인 기록이다.
목차
페이퍼백에 대하여
개별꽃
영화도둑일기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
엑스포츠 온 페이퍼
“이 전시장에서 누군가는 라인을 만들어보려는 텍스트를 생산하면서 가상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책을 만드는 새로운 예술
전자 정보 시대의 책-부록 1
영화작가들과의 대화
스스로 조직하기
SeMA 전시 아카이브 1988–2016: 읽기, 쓰기, 말하기
푀유
『옵.신』 3호
인간과나
피규어 TEXT: 원더페스티벌 리포트
레트로스펙타 41
핸들-북 클래식
오프닝스: 밤, 종이, 유리
자화상
윈도우 프로젝트
*화원*
책의 여백에서(가제)
이음말 渡り言葉 Catchword
군산북페어
작가 소개
신신(Shin Shin)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신해옥과 신동혁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신해옥은 텍스트, 이미지, 페이지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고, 그것을 책이라는 구조 안에서 엮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신동혁은 ‘지금, 여기’의 맥락에서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양식, 관습, 전통, 이론을 새롭게 갱신하는 방식에 대해 사유한다. 두 사람은 단국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했으며, 신해옥은 2018년 예일대학교 예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 석사(MFA)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예술 및 문화 분야에서 큐레이터, 에디터, 예술가, 기관들과 협업해 왔으며, 자체 기획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에 참여해왔다.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하며 학생들과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미디어버스의 임프린트로 출판사 화원(Hwawon)을 설립해, 디자인 방법론이 물성과 구조로 응결되는 실천적 디자인 출판을 이어가고 있다.
책 속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페이퍼백 중 가장 진일보한 사례가 존 버거의 『보는 방법(Ways of Seeing)』입니다. 이 책은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리처드 홀리스, 지식인이자 사상가인 존 버거, 그리고 영국의 공영방송국 BBC, 이 세 주체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일반적인 독서의 흐름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동시에 기획되었기 때문이에요. 책에서는 사람들이 현상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존 버거가 이론적으로 풀어내고, 이를 직접 TV에서 나레이션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상 매체의 구조를 책의 레이아웃에서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적절할까요? 이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리처드 홀리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본문이 책 표지에서부터 바로 시작되는 파격적인 구성은 책 속 이미지를 페이지마다 중앙 정렬로 배치하여 이어지며,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흐르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4페이지)
신동혁: 우리가 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면, 결국 책이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 역할을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그 컨테이너가 너무 화려하게 꾸며지거나 사양이 높아지면, 오히려 콘텐츠와의 시너지를 발휘하기보다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주로 다루는 콘텐츠를 생각해봤을 때, 책의 형식이 간단하고 군더더기가 없을수록,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점점 더 단순한 형식을 선호하게 되는데, 페이퍼백처럼 ‘인지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책의 형식’일 때 오히려 내용이 더 부각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방식이 독자에게도 더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10페이지)
신해옥: 이 책을 사철 제본으로 제작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책을 수첩처럼 상상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수시로 펼쳐보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했죠. 성경책을 예로 들어볼 수 있는데, 성경책은 책상 위에 두고 통독하기도 하지만, 손에 쥐고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특정 장과 구절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성경책은 가볍고 유연한 형태로 만들어지면서도 내구성이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14페이지)
신해옥: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을 했을 때, 독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독자는 이 책이 디자인을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으로 아마추어가 디자인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죠. 이런 반응들은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독자마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은 작품도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은 디자인의 복잡성과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아요. (18페이지)
신동혁: 《홈워크》라는 전시는 가내 수공업에 관련된 내용을 다뤘어요. 이전의 시청각 한옥 건물이 원래 가내 수공업을 하던 조그만 공장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공간의 역사를 모티브로 현시원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했죠. 당시에 시청각에 있는 홈프린터를 사용해서 바코드를 출력하고, 포스터를 접지해서 PVC 자켓과 결합하는 작업을 전시장에서 퍼포먼스처럼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작업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관객들이 이러한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전시하면서 공간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직접 체험하고 전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23페이지)
신해옥: 얼마 전에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된 피안피안 헤의 토크를 들으면서 공감이 많이 간 부분이 있었어요. 우리가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는 서구권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그들이 만든 책에 많은 영향을 받았죠. 서구권에서 만들어진 많은 책을 통해 디자인을 배워왔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이 책을 디자인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피안피안의 토크에서는 영문과 중국어를 병기할 때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공유되었는데, 그들이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정말 돋보였어요. 중국어와 영어는 글자 수나 공간 차지값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한 페이지 안에서 어떻게 병기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책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31페이지)
신동혁: 책의 공간적 특징을 드러내고 싶었던 또 다른 사례가 바로 엄유정 작가의 『푀유(Feuilles)』입니다. 이 책에서는 본문에 매뉴얼지, 모조지, M매트지, 몽블랑 등 네 가지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사용했던 종이의 서로 다른 미묘한 질감과 두께 차이, 그리고 광택도가 각각 다른 추상적이고 공간적인 인상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수록된 많은 작품의 성격과 재료들도 달라서 이를 구분하기 위한 기능성도 고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얇은 종이에 담긴 드로잉은 그림 자체도 가볍고 작은 편이었고, 반면에 더 크고 두텁게 채색된 작품에는 보다 두껍고 광택이 도는 종이를 점진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작품의 물리적인 속성을 종이와 잉크의 반응을 통해 구현하려고 했고, 이는 마치 전시 공간을 책이라는 매체 형식에 맞춰 새롭게 번안해보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39페이지)
이 책에서는 서로 이질적인 재료들이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더라도 분명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 과정에서 ‘구멍’과 ‘팝업’이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예를 들면, 마치 순간이동하듯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종이의 앞 · 뒤에 구멍—실제로 뚫린 것이 아닌, 인쇄된 가상의—을 뚫어 본문과 각주를 연결했어요. 또, 팝업창처럼 별도의 페이지나 이미지를 본문 위에 레이어 형태로 배치해, 독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덕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충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독자는 이러한 여러 레이어를 다층적으로 읽어나가는 독서 경험을 하게 됩니다. (43페이지)
신동혁: 화원을 처음 만들던 때를 돌아보면, 우리가 디자인한 결과물은 아카이브되거나 논의의 주제가 되지만, 정작 그 과정이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 자체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이를 포착하고 기록하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사실 누군가가 대신 해주면 좋겠지만, 시장성이 없는 일이다 보니 결국 우리가 직접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작업을 우리 힘만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건 너무 부담스러워서, 오랜 관계를 맺어온 미디어버스와 협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4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