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를 없애라
Publication Date: June, 2010
Format: newspaper, 4 pages
Design: 노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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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서울시 정도 되면 이제는 무허가 건물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돼. 무허가 건물은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야. 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나가 보지도 않는다는 말이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고,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 전두환, 에서 발췌

전두환 각하의 엄명은 국민의 삶을 자본과 권력에 종속시키기 위한 멍석이자, 도시를 삶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보여지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처럼 들린다. 올림픽 유치 결정이 났던 80년대 초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5공화국은 그 스스로 정치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전세계인이 주목하고 모든 국민의 여론이 통합되는 올림픽은 당시 5공화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각지대가 무엇인가? 군사작전에 쓰일 법한 이 용어는 말 그대로 우리 시야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뜻한다. 자신의 눈 안에 모든 것을 두고 통치하는 것에 익숙한 권력에게 사각지대는 자신의 권력이 작동되지 않는 두려운 공간이다. 그러나 반대로 적군에게 사각지대는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은신처이자 힘이 작동되는 공간이다.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던 5공화국 군부 독재 권력조차 두려워했던 사각지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사각지대가 내부적으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죄의식이며 외부적으로는 해외 언론이나 각국의 인권 단체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야만성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각지대는 그 말의 기원에서부터 우리의 여러 감각 중에서 시각에 지나친 특권을 부여한 사고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올림픽 타운을 건설하고 달동네를 밀어버리고 그곳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중성지대로 만들며 달동네 주민들을 시 외곽으로 쫓아버린 것은 한국의 근대화 역사에서 무수하게 반복될 사건들이다. 제거된 사각지대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재생산된 것이다.

우리는 88년 올림픽을 명분으로 전두환 각하가 하달했던 이 명령이 80년 이후 30년 동안 아직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디자인수도 서울과 디자인올림픽의 작동원리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올림픽때는 근대화, 선진화의 목적 아래 전두환 각하의 육성에서부터 스펙타클 장치가 작동되었다면 이제는 재개발, 도시 미관 정비,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자본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 정도가 다를까. 우리는 88 올림픽에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면서 각하의 명령을 수행했던 기업들이 2010년 한국 사회 안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레슬링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0년 현재 최고의 핫아이콘이시고 현재 대통령인 이명박은 그 당시 현대건설 사장으로 수영협회 회장을 역임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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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이 이용한 스펙타클과 서사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던 텔레비전과 신문의 이미지를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해 보기로 했다. 88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던 1988년 9월 17일 동아일보에서 4페이지를 발췌해 그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안은 우리가 짜집기한 다른 기사들로 대체하였다.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낸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196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발행된 기사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사각지대로 읽어낼 수 있을 법한 비정치적이고 정치적 사건들을 신문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사건들은 그 스스로 전두환 각하의 명령을 유쾌하게 비틀고 조롱한다. 올림픽 유치를 결정했던 군부정권이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그 명령을 내렸다면 우리는 이성과 합리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건들을 발견해내었다. 그러한 사건들은 자기 스스로 장소를 획득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도시를 개발되어야 할 무엇으로 바라보는 것은 부동산 업자의 시선이다. 우리의 삶이 부동산 업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이 작은 신문이 도시의 삶은 우연과 기괴한 사건이 지배하는 예측 불가능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주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50년 넘는 기간 동안 신문을 뒤지면서 발견한 것은 도시의 사각지대를 없애라는 전두환 각하의 명령에 조용히 저항하는 무수한 작은 사건들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발견하고 각색해서 88년 9월 17일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배치할 생각이다.

— 임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