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지은
출판일: 2013.01.10
ISBN: 978-89-94027-31-9
13.6 x 21cm, 240 pages, Colour, paperback, PUR Binding
디자인: 신덕호
부수: 500부
가격: 15,000원

치유로서의 글쓰기 - 김지은

나는 한 번도 나 자신 이외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어딘가에 지원서를 내거나 작가 노트를 쓰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내 자신을 위로하고 초심을 다지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곤 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블로깅을 하는 것은 내 체질엔 정말 맞지 않는 일이다. 어떤 이에게는 작업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효과를 가져오지만 나에게 작업은 치유보다는 사유의 과정을 표현하는 일에 가깝고 오히려 솔직한 글쓰기가 치유의 효과를 가졌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왜 나 자신 이외의 독자를 위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일까? 내가 느끼는 일상의 답답함, 경쟁적이고 남과 자신을 항상 비교하게 되는 현실에서 오는 좌절감이 비단 나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작가로서 작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꿈꾸는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며 제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이란 매일매일 반복되어 우리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그런 것들’이란 범주에 속하는 수많은 제도적인 것들, 구조적인 문제들도 그 안에 포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그러한 경쟁적 현실에 부딪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졌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물론 이 가치라는 것이 추상적인 것이라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치게 되면 쉽게 잊곤 한다)가 아닌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들에 휘둘려 초심을 잃어가는 나약한 내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지난 일 년 반 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내가 배우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리워졌다. 그 순간순간들을 기억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지금과 같은 심난한 순간들을 이겨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국의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서 필자가 만난 사람들, 건축 구조물들, 풍경들 그리고 그와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대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현재의 필자를 포함한)에게 치유가 될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기특한 생각이긴 하지만 일기나 지원서 외에 별다른 글쓰기를 하지 않는 작가에게 이것은 큰 도전이다. 써야지 하고 마음먹은 순간 이 책의 서문 격이 될 만한 글을 써 내려가고 대략적인 개요도 생각했었지만 책을 쓰기 전에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이것이 글 쓰는 두려움을 더 키우지 않았나 싶다. 또한 글을 씀에 있어서 작가의 사생활을 어느 선까지 공개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었다. 이것이 글의 구체적인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고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작가가 처했던 막막한 순간들이 있다. 그 막막했던 순간들을 ‘실존적 고민’이라 부를 수도 있겠고, 그것이 정착을 거부하는 ‘작가의 숙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막막한 순간들을 대면하고 자신의 한계에 직접 부딪혔던 경험들 속에서 작업이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를 빙자하고 있다. ‘여행서’내지 ‘레지던시 안내서’라는 실용서를 빙자한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순간을 생각해보면 또 다른 막막한 순간에 찾아낸 하나의 돌파구였다. 종교가 없는 작가에게는 매번 큰 도전이다. 어떤 자기 계발서나 종교적 믿음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막막한 순간 극복기가 이 책의 정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하려는 것은 일단 쓰겠다는 것이다. 미사여구나 화려한 비유법이나 유명한 사람의 인용구도 없이 작가가 경험한 바를 ‘직구’로 던질 것이다.
어떤 책이 나올지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한다. 마치 작업을 시작하기 전, 레지던시에 가기 전 같은 기분이다. 매번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긴 하지만 막상 가보면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무언가가 무엇일지 모르는 것이 불안감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 세상에 불안하지 않은 삶이 있는가? 불안감과 기대감을 저글링하면서 여행길에 올라보자.

Contents
치유로서의 글쓰기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스코히건 회화 조각학교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킴멜 하딩 넬슨 센터
젠텔 아티스트 레지던시
산타페 아트 인스티튜트
타이베이 예술촌
난지 미술 창작스튜디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