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포러리 서비스(Temporary Service)'는 '예술’과 ‘노동’에 대한 프로젝트이다. 최근의 상황이 예술과 노동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과 시스템들에 대한 질문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반적인 노동 시장과 함께 예술가들의 생산 양식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예술영역에서 전통적 '스튜디오의 붕괴'가 그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신자유주의 체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창조적 노동' '비물질 노동'과 같은 담론을 만들고 확산시켰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는 창조적이어야 하고 (그 창조가 무언가라는 문제는 차치하고) 예술가들의 주가 역시 상승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작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작가들의 위상 역시 불안하다. 심지어 예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조차도 '예술가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개인의 고유성에 기반해 작업하는 예술가의 상이 깨지고 있으며, 오랫동안 예술가가 수행해왔다고 믿어온 '창조적 작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예술가는 일반 노동자들처럼 눈에 띄는 실적이나 평가를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공적 기금의 지원 시스템 도입으로 점점 더 가속화된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는 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의 노동은 일반 노동자의 생산성과는 대조되는 무용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그러한 무용성은 쉽게 용납되지 않으며 그것은 소수의 작가에게만 허용된 특권이 되었다. 예술가와 일반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 사이의 구분이 무색할 지경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다른 지점에서, 예술가가 사회 안에서 실제 노동을 해야 하는 지금 상황이 일반적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예술가가 창조자 대신에 중재자나 해석자와 같은 다중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것은 예술가의 창조적 활동에 포함될 수 있는가? 전통적으로 중재나 해석의 업무를 수행해왔던 전문가들 대신에 왜 예술가가 그 위치를 점유해야 하는가? 그 답은 단 한 줄로 정리될 수도 있겠지만 템포러리 서비스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켜 여러 가지 해석을 내리는 방식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또한, 지금 노동 시장에서 강조되고 있는 노동의 창조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사실 제도나 기업에서 주장하는 노동자의 자율성, 창조성은 그 자체로는 아무 내용이 없는 허상에 가깝다. 그러한 요구가 가능해지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를 추적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창조성은 자발적으로 노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메커니즘 혹은 스펙터클에 가깝다. 반면 우리가 다루고 싶은 노동 창조성은 좀 다른 것이다. 이를테면 나무나 철을 다루는 노동자들의 작업 과정이나 결과물들을 우리가 예술품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구매자들은 그 속에서 창조적인 속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상품 형식 안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일반 노동자들의 삶 속에서 창조적 순간들, 창조에 대한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러한 계기와 예술가들의 것 사이의 질적인 차이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던지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 범주이지만 범위는 상당히 넓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이것에 모두 답을 할 수는 없고 또한 그럴 의도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를 담론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형식 안에서 다뤄보려고 한다. 프로젝트, 상영회, 개더링(gathering), 토크, 세미나, 공연처럼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형식을 동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지식(이걸 지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 유사-지식이라고 불러보자)은 템포러리 서비스만의 출판 시스템 안에서 기록될 것이다.

템포러리 서비스를 통해 계속 질문하고 싶은 것 가운데에는 지금 예술 출판의 형식과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할 수단으로 유사-출판 형식을 고민하려고 한다. 템포러리 서비스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행사들을 통해 전체를 새롭게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즉 개별적인 요소가 특별한 위계 없이 배치되고 그러한 배치가 전체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이 프로젝트 안으로 끌고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사건이 기획되는 시점도 즉흥적이고 즉각적일 것이다. 사실 모든 전시나 프로젝트들이 본질적으로는 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그 유사-지식이 그냥 무책임하게 버려지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 안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인 아카이빙과 기록의 문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이야기되었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대답된 것이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들을 유사-지식 형식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어떻게 그것을 포장하여 보여줄 것인가는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반응들을 다양한 형식 안에서 수집하여 배치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기간: 2012.06‒11
장소: 더 북 소사이어티
참여아티스트: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박길종, 김청진, 김영나
기획: 구정연, 임경용 (미디어버스)
디자인: 김영나
협력: 그린그림
인턴: 이효정
문의: 02 325 5336 / mediabus@gmail.com
www.thebooksociety.org
www.mediabus.org
www.temporaryservi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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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러리 서비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