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북 핸드북 The BOOK BOOK Handbook

미디어버스, 커먼 임프린트 공동 발행
임경용, 김영삼 편집
김영삼 디자인
312페이지, B6 (128x182mm)
<북북 핸드북>은 2025년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열리는 북북 페스티벌의 공식 카탈로그이자 단행본이다. 단순한 행사 안내를 넘어, 아시아와 그 너머에서 전개되는 독립출판의 현재를 기록하고 비평하는 책으로 기획되었다. 리딩룸에 전시되는 50권의 책 소개와 참여 출판사 정보, 그리고 13개 출판사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으며, 풍부한 도판과 텍스트가 어우러져 출판 실천이 놓인 조건과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 속 글과 대화들은 북페어, 리딩룸, 전시와 같은 다양한 장을 통해 출판이 어떻게 새로운 유통 방식, 공동의 경험, 관계의 방식을 실험해왔는지를 드러낸다. 아시아 각지와 디아스포라에서 활동하는 출판사들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맥락을 잇고,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북북 핸드북>은 이러한 실천의 순간들을 엮어내며, 출판을 매개로 확장되는 네트워크와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목차
왜 북북 페스티벌을 시작했는가? - 임경용, 김영삼, 한석주
5 Albizias - Temporary Press (인터뷰)
51 Personae: Tarwewijk - 51 personnae (인터뷰)
Abstract 1 & 2 - Fotobook Dummies Day
Asia as Principle - Common Imprint (인터뷰)
Between Wor(l)ds: Hong Kong Poetry of Exile and Hope - Small Tune Press (인터뷰)
Book Book - abC & Dreamer FTY (인터뷰)
Corpus - Wreath and Towel
Dance in Herland - te magazine
Dreams To Remember - Matt Plezier
False Starwort - Hwawon
Further Reading Print No.4 - Further Reading (인터뷰)
GRAPHIC #51 Art Book Fair Now - Propaganda
Holes - Hwang EunYoung
Honey Money, new money for a new society - Robineggpie
How is it ‘Independent Publishing’? - Wearing.Reading
I a Pixel, We the People - Bangkok CityCity Gallery (인터뷰)
ISBN 978-986-97269-4-8 - nos:books
K-Artists - The Floor plan
Letters on Korea - April Snow
Min Guhong Manufacturing Operational Guidelines - Min Guhong Manufacturing
Morning Bbang - Rasun Press
Multiple Spirits vol.4: Anytime Lunatic - Multiple Spirits
NEUTRAL COLORS 6 - NEUTRAL COLORS (인터뷰)
Nodeul School for the Disabled - The Invisible Archive
PLATES 2 - Page Bureau / RELATED DEPARTMENT
Potential Literature Laboratory - Workroom Specter
Publishing as method - Ways of Working Together in Asia - mediabus (인터뷰)
Publishing Publishing Manifestos - Tokyo Art Book Fair
Revolutionary Tofu - Tofulogy (인터뷰)
Sae-kki-eo - AFSAR
Salt has also traced on Mars - Tigress on Paper
School - Birdcall
Science of the Secondary #16 BOOK - Atelier HOKO (인터뷰)
SEEING FOREST - Robert Zhao Renhui (인터뷰)
Staring At Your Back - 6699press
Tattoo Book: Kim Ji hwan - Seendosi
The Magic Hat - Bird Pit
The Third Thing - OEUMIL
The Wave - Kimsunik Studio
Touch By Touch - pook aralan unrelearning
Tropical Reading - Limestone Books (인터뷰)
Typozimmer Nr.1 - Occupy the City
Xsports on Paper - Chang Wen-hsuan (인터뷰)
On (Certain) Asian Diasporic Publishing - Seojoo Han
Common Beginnings - Sam Kim
( ) Book ( ) Book Festival
책 속에서
"북북은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을 초청해, 각자의 실천을 공유하고 상호 교류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다. 여기서 말하는 ‘아시아’는 단순한 지리적 구분이 아니라, 우리가 오랜 시간 쌓아온 문제의식과 실천을 통해 구성한 감각에 가깝다. 우리는 이들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출판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그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동시에, 한국의 출판사 20여곳을 초청해 이틀간 북페어도 함께 연다. 모든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북페어는 책 판매보다는 새로운 관계와 흐름을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19페이지)
"첫 번째 북북은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서 북페어에 주목한다. 최근 북페어는 더욱 작고 실험적인 형태로 다양화되고 있는데, 지역 북페어들은 중앙에 집중된 (독립)출판 문화를 분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출판물의 생산과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형 유통망은 책의 다양성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 안에서 북페어는 단순한 일회성 판매 행사를 넘어서, 책을 매개로 한 대안적 유통 구조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나아가 북페어가 만들어내는 흐름과 관계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다음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페어의 성과를 단지 판매 수치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북페어는 그 자체로, 현재 책 문화가 처한 조건을 비평하고 다른 흐름을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19페이지)
"저희 책들은 텍스트(가 있다면)뿐 아니라 형태 그 자체로 말하는 물건들이기도 합니다.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형태를 통해, 인쇄된 내용이나 책 안에 담긴 것들과 관계 맺으며 읽히고 다뤄질 수 있는 오브젝트들이죠. 많은 책들이 ‘비전문적인’ 디자인의 영역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이고, 우연적이며, 즉흥적이고, 차용되거나,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측면들 말입니다. ‘일상’ 자체를 진지한 학습(또는 탈학습)의 영역으로 삼으려는 시도이기도 하죠." (템포러리 프레스, 32페이지)
"현재 중국의 아트북페어를 “폐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주최자와 참가자, 그리고 감시자의 입장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소규모 출판 자체도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을까요? 어쩌면 어떤 지역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단기간의 급성장과 급락을 모두 경험한 건 중국 특유의 상황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소규모 출판이나 아트북이라는 개념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류를 통해 발전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단절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독자들은 소규모 출판과 대규모 출판의 차이를 인지하게 되었고, 그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abC, 45페이지)
"얼마 전, 해외에서 공부 중인 중국 유학생 한 명이 저에게 ‘제약과 창조성의 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질문은 중국을 떠난 사람들뿐 아니라, 중국 안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가 한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제약과 억압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 결과는 맥락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제가 어릴 적 자주 들었던 말 중에 “족쇄를 차고 춤춘다”는 표현이 있었어요. 원래는 시를 창작하는 행위를 묘사하던 말이었지만, 점차 보다 보편적인 창작에 대한 은유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춤’이라는 비유가 특히 적절한 이유는, 그것이 몸을 통해 표현되는 예술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창작은, 정치적 제약을 포함한 다양한 억압과 마주했을 때, 창작자의 신체적 반응을 통해 소화되고 판단되며, 그 안에서 결정이 이루어집니다. 즉, 그것은 이성적인 사유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지지를 필요로 합니다." (51 Personae, 47페이지)
"우리가 첫 책을 출판하고 스튜디오에 인쇄본이 도착했을 때, 어디에 팔아야 할지 몰랐어요. 2019년 당시 우리가 있었던 자카르타에서는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었거든요. 그때 출판이란, 특히 산업적 맥락에서는 곧 유통과 순환의 문제라는 걸 실감했죠. 하지만 책의 ‘퀄리티’—내용, 디자인, 제작의 완성도—가 여전히 핵심이에요. 먼저 제품에 집중하고, 그다음에 유통과 순환을 고민해야 합니다." (Further Reading, 106페이지)
"『HABIT©AT』은 싱가포르의 길고양이들을 위한 집을 디자인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곧바로 디자인에 들어가기보다, “과연 길고양이들에게 정말 집이 필요한가?”라는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하루 24시간씩, 특정 지역에 사는 네 마리의 고양이를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고양이들은 사실 ‘집’이 없어도 전혀 문제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들은 도시의 공공 공간 안에서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이라는 개념을 투사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감각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발견과 기록을 담아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아틀리에 호코, 216페이지)
"라임스톤 북스는 2022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 설립된 독립 서점으로, 비서구적 시각과 소외된 목소리에 주목하는 예술 서적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점이라고 하면 책을 판매하는 곳을 떠올리기 쉽지만, 저희는 출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다양한 행사도 함께 기획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는 아주 새롭게 시작한 팀이라 처음부터 많은 걸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단지 재미있어 보여서 “이것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고, 모든 것이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저희가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라임스톤 북스, 256페이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전개된 라이엇 걸 운동에서 진(zine)은 단순한 보조물이 아니라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비키니 킬 Bikini Kill》, 《걸 점스Girl Germs 》, 《직소 Jigsaw》와 같은 진들은 라이엇 걸과 거의 동의어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운동이 점차적으로 역사화되고 있는 현재 우리는 앞서 열거된 진들과 공식화된 라이엇 걸 서사가 당시의 현실과는 다르게 20대 초반 중산층 백인 여성의 경험과 언어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한석주, 295페이지)
"여행과 리서치 과정에서 책을 수집하는 데에는 비용과 물리적 한계가 따르기에 리딩룸의 장소성을 고려하여 다음 세 가지 기준을 중심에 두었다. 첫째, 콘텐츠 접근성이 높은 책. 영어를 포함한 다국어 출판물이나 이미지 중심의 책, 사진집, 아티스트 카탈로그, 일러스트레이션 등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직관적인 방식으로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 둘째, 특정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드러내는 책. 책이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기획되었다면, 그 안에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출판 환경, 사회적 이슈, 정치·경제적 조건, 교육 제도, 문화적 감수성 등이 반영된다. 이러한 책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책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문화적 문서로 기능한다. 마지막으로, 책이라는 매체의 조형성과 구조에 대한 실험이 담긴 책. 판형, 제본, 재료, 읽기의 순서나 리듬 등을 전복하거나 변형하는 시도는 책을 단순한 정보 매체가 아닌 비평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김영삼, 299페이지)
"리딩룸을 연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동안 왜 이 공간을 만들고, 이 여정을 시작했는지 조금씩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북북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처음 베를린의 리딩룸을 찾았던 이들처럼, 각자의 맥락과 관심으로 도착한 이들과 함께 새로운 관계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느슨하게 이어진 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를 바란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이 순간들이, 결국 오래도록 지속될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이번 페스티벌이 하나의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커먼 임프린트의 리딩룸을 찾고, 지원해준 모든 이들을 포함해 서울의 북북 페스티벌을 찾을 이들에게도 미리 감사함을 전한다." (김영삼, 309페이지)